다이어트약 <젭바운드> 총정리

2023년 한 해도 이제 40여 일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못 이룬 올해 목표를 돌아보고 내년 2024년을 위한 새로운 목표를 세워야 할 때 일 텐데요. 많은 분들의 신년 목표 중에 하나가 '다이어트'일 겁니다. 운동, 금식, 절식 등 다양한 다이어트 방법이 있는데, 획기적인 다이어트 약들이 나오면서 새해 목표를 이루기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얼마 전에 소개해드린 '위고비'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그 약을 능가한다는 평을 받는 '젭바운드(Zepbound)'가 나왔습니다. 미국 현지에서는 비만환자들에게 새 지평을 열어줄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불린다고 하는데요. 그렇다면 이 약은 위고비, 삭센사 등 기존의 다이어트약과는 어떻게 차이가 있는지 정리해 보았습니다. 

젭바운드 개요

'젭바운드'는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Eli Lilly)에 의해 개발된 '비만치료제'입니다. 일라이 릴리는 당뇨, 암, 면역질환 등 다양한 치료제를 개발하는 제약회사 미국에 본사를 두고 전 세계로 약을 공급하는 글로벌 제약 회사입니다. 

 

지난 11월 8일 미국 식품의약품(FDA)은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가 비만이나 과체중 등의 성인에게 치료효과가 있다"라고 언급하며 승인했습니다. 개발사(社)인 일라이 릴리는 "비만은 치료가 가능하며 새로운 치료제는 비만을 가진 많은 성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는데요.

 

젭바운드는 기존 당뇨약 '마운자로'와 같은 티르제파타이드를 주성분으로 합니다. 이는 혈당과 체중조절에 영향을 주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와 '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자극 폴리펩타이드(GIP)' 등 두 가지 호르몬에 크게 작용을 합니다. 

 

'위고비'의 효능과 같이 GLP-1은 뇌에서 식욕을 감소시키고 소화력을 늦춰서 소량의 식사로도 오랜 포만감을 느끼도록 해줍니다. 또한 GIP는 지방세포를 분해하고 메스꺼움을 덜어준다고 하네요. GIP 단독으로는 체중 감량 효과가 크지 않지만, GIP와 GLP-1이 함께 작용되면 그 효과가 배가된다고 합니다. '젭바운드'는 이런 효과를 극대화한 '다이어트 약'입니다. 

 

'젭바운드'는 집에서 매주 한 번씩 5mg, 10mg, 15mg 등으로 각 용량의 주사제를 자가주사하는 방식입니다. 이 약은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 이거나, BMI지수 27 이상이면서 고혈압 등의 합병증이 있는 성인에게만 투여가 허가되었습니다. 

위고비와 비교

현재 다이어트약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위고비'에 '젭바운드'가 도전장을 내민 상황입니다. 하지만, 도전자의 실력이 만만치 않습니다. 

 

젭바운드는 임상시험 3상을 통해, 72주간 15mg을 투약한 실험 대상자가 약 22.5%의 체중을 감량한 것으로 보고했습니다. 이는 위고비가 과거 임상시험에서 14.9% 감량효과가 있었다고 했던 것에 비해 훨씬 더 높은 다이어트 효과를 보인 것입니다. 

 

한 달 투여량을 기준으로 '위고비'가 1,349달러(한화 약 177만 원)인 것에 비해 '젭바운드'는 1,059.87달러(한화 약 139만 원)로 약 27% 저렴하게 책정되었습니다. 

 

위고비의 제약사인 노보노디스트는 '위고비' 출시 이후, 현재 기업가치가 5900억 달러(한화 약 771조 원)에 달합니다. '위고비' 출시 당시 4,279억 달러로 급등했다고 제가 블로그에 썼었는데요. 이후에도 꾸준히 그 가치가 성장했네요. 이를 볼 때, '젭바운드'의 개발사인 일라이 릴리의 몸값 상승도 명약관화해 보입니다. 

 

'다이어트약'의 특성상, 일단 투여하기 시작하면 도중에 약물을 변경하거나 중단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제약사 입장에서는 꾸준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캐시카우(Cash Cow)로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됩니다. 

 

이와 관련해서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다이어트약 제약사인) 일라이 릴리와 노보노디스크가 돈을 갈퀴로 긁어모으고 있다"라고 표현했습니다. 

다이어트 시장의 미래

'위고비'를 비롯한 다이어트약은 품귀 현상이 일어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젭바운드'의 열풍을 지켜보고 있는 유사한 약을 개발 중이거나 개발 계획 중인 제약회사는 박차를 가하겠죠? '일라이 일리는 '젭바운드'에 이어 글루카곤 호르몬을 첨가한 더 강력한 비만치료제를 개발 중이며, 경구용 비만치료제의 개발과 출시를 통해 이 시장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습니다. '위고비' 제조사인 노보노디스크 또한 위고비의 알약 버전의 임상시험을 하루빨리 마치고 미국과 유럽을 시작으로 출시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그 외 화이자 베링거잉겔하임 등 거대 제약사들도 '다이어트약'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당뇨병 치료의 목적으로 '마운자로'가 승인을 받았으나, 다이어트약인 '젭바운드'는 2023년 11월 현재 국내 허가를 받지 못한 상황입니다.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다이어트 치료는 위밴드 수술이었습니다. 그 수술로 약 20% 정도의 체중감량의 효과가 있었으니 많은 현대인들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지요. 하지만, 이제 약물치료만으로 25%에 육박하는 체중감량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비만으로 고통받는 수많은 현대인들에게는 보다 쉽게 그 고통을 벗어날 수 있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생긴 것입니다.

 

한국경제의 보도에 따르면, 서울대학교 내분비내과 조영민 교수는 ' 젭바운드' 출시를 두고 "게임체인저가 아닌 라이프체인저(Life Changer)가 등장했다'라고 했습니다. 이 만큼 '다이어트 신약'의 출현은 우리 생활과 사람들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사건입니다. 

 

'비만약 킹콩'으로 불리는 '젭바운드'의 열품은 '위고비'를 넘어 다이어트 시장의 1위를 차지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앞으로 개발될 경구용 신약들을 통해 우리는 '먹는 재미'에 대한 죄책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또한 위고비 사용자들을 통해 나타난 부작용과 관련해서 '젭바운드'는 어떤 대책이 마련되어 있을까요?